기차속 그녀의 한

오늘도 나는 의정부행 기차를 타고 집으로 귀가 하는

중이다. 피곤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무거운 몸을 이

끌고 지하철을 탄다. 운이 좋으면 앉아서 가지만 거의

서서 가는 날이 많다.

지금도 지하철 문 왼쪽에 기대어 사람들을 쳐다본다

모두들 피곤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며칠전 부터 누군가가 자꾸 나의 눈에 뛴다.

큰 키에 긴머리를 하고 있는 그 여자는 한 스무살 정

도 되보인다. 얼굴은 아주 하얕고 이쁜 편이다.

그런 그녀는 언제나 나를 뚜러지게 쳐다보고 있다.

나도 또한 그런 그녀를 쳐다보게 된다. 처음에는 내게

관심이 있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눈이 마주칠때면 슬픈

기색이 내 마음속에 전해온다.

그런데 어느날이 였다. 의정부역에 내려서 비둘기호로

갈아 타고서 창가로 앉아 신문을 펼쳐들었다. 한참을 보

다가 앞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들었는데

그녀가 기차 문을 열고 들어 오고 있었다. 가만히 쳐다

보는 나에게 다가와서는 소리 없이 앉았다.

무슨 말이라도 해볼까 하다가 그냥 신문을 펼쳐 들었다.

한참 연예 정보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여기 자리 있나요"

고개를 들었더니 중년 되보이는 사나이였다.

"여기 자리가 있는..."

하고 말하면서 옆을 보니 방금전 까지만 해도 있던 그 여

인이 없었다. 다른 곳으로 같나하고 기차안을 찾아 보아도

없었다. 나는 그 남자에 앉으라고 했다.

나는 계속 신문을 보았고 다음 역에서 그 중년 남자는 내

렸다. 다시 신문을 펴서 보고 있는데 옆이 서늘해 지는 느

낌을 받고 그곳으로 눈을 돌렸다.

"헉..."

입을 막으면서 나는 놀라움을 억제했다.

방금전에도 없던 그여자는 어느새 내 옆에 앉아 있었던 것

이었다. 그녀는 나를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았다. 벌

써 이런 일을 몇번 격은 나로써는 그녀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고 웃는 사

람들도 있었다. 마음을 가라 앉히려고 노렸했만 자꾸만 떨

려 왔다. 기차안의 사람들에게는 그녀가 안보이는 모양이 었

다.

그녀는 다시 살그머니 일어 서더니 걸어서 문쪽으로 다가같

고 아까와는 다르게 문을 그냥 통과해 버렸다. 등이 오싹해지

고 온몸은 식은땀으로 목욕을 하고 있었다.

집으로 왔을 때는 10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 였다. 아까 그일

을 생각하니 다시 오싹해왔다. 왜 나에게 만 보이는지 알수가

없는 일이 었다.

지금 나는 끝없는 죽음의 늪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아무리

살려 달라고 악을 쓰며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없었다. 계속 해

서 빨려 들어가는 중에 얼핏 늪 밖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또

다른 내가 나를비웃으며 서 있었고 그 옆에는 기차에서 보았던

그 여자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애절 하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으악!" 하고 소리를 치며 깨어났다. 침대에 걸터 앉은 나는 수

건으로 땀을 닦았다. "휴.." 하면서 앞을 쳐다보는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내 앞에 우두커니 서있었기 때문이였다.

온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기절할려고 해도 할수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애절한 표정이 보이다가 갑자기 싸늘한 느

낌이 전해왔다. 눈에서는 피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녀의 몸이 천천히 사라져 가고 머리만 남아

버렸다. "으악" 하고 다시 소리를 질르며 일어났다. 그것은 꿈이

였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을 하고 있었다.

다음날 나는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다

가 언덕위에 있는 그녀와 어느 남자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그 사

람 에게 무언가를 애절하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싸늘한 표정으로 안된다고 하는것 같았다. 그러

자 그녀가 무언가를 얘기 하자 그 남자는 갑자기 그녀를 기차밑으

로 힘껏 밀어 버렸다. 굴러 떨어지는 그녀의 뒤에 서있던 그 남자

의 얼굴에는 잔인한 미소가 남아 있었다.

잠시후 굴러떨어지던 그녀는 기차속으로 빨려 들어 갔고 온몸이

기차에 짖눌려 산산 조각이나서 다리밑 강물 속으로 빠져 버렸다.

그리고 머리통은 기차 밑에 꽉 끼여버렸다. 너무 끔찍한 장면이었다.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깨어났다. 기차안에서 꿈을 꾼것이

였다. 어떤 사람은 킥킥 하며 웃었고 노골적으로 웃어 대는 사람

도 있었다.

확인해보아야 겠다는 생각에 그 기차에서 내리자 마자 친한 역

무원 한명하고 그 기차를 조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믿지를 안던

역무원이 술한잔 산다고 하니까? 수고 하는 샘 치고 같이 조사하기

로 했다. 그와 나는 그기차로 가서 기차 밑을 하나 하나 후라쉬를

비추며 조사 하기 시작했다.

한참후 저쪽 역무원이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급하게 그 쪽으로 가서 놀라서 기절한 역무원 앞에 기차 밑을 후라

쉬로 비추어 보았다.

"헉" 하고 입을 막았다. 그 곳에는 꿈속에 보았던 그대로 그녀의

머리통이 쇠파이프 사이에 끼여 있었다. 왜 나에게는 이런 일이자

꾸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호출기 사건과 라디오 사건 이후에 우연

히 지나가다가 도사집에 들어가 물어 보았을때 그 도사가 하던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몸이 허약하면 귀신을 볼수 있는 가능 성이 많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허약 체질과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을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정신적으로는 너무나 강해서 귀신이 가까이 오

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당신 주위에는 어느 젊은 여

자 귀신이 당신을 지키고 있어요"

경찰에 신고 하자 잠시후 그들이 왔고 사건 경위와 모든것을 설명하

자 믿지 못하 겠다는 듯이 쳐다 보았다. 역무원이 깨어나자 그들은

그 에게도 물어 보았고 나에게는 언제든지 부르면 갈수 있게 먼곳에

는 가지 말라고 했다.

며칠후 범인은 잡혔고 그녀의 약혼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서

저지른 일이었다고했다. 그 가족들은 벌써 한달전에 실종신고를 하고

찾던 중이였는데 그녀를 죽인 그 남자도 같이 찾아 다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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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 1996년